
실리콘만 다시 쏘면 누수가 잡힐까요?
집에서 물이 새는 문제를 겪어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기존 실리콘 위에 다시 한 번만 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 글은 누수 진단과 방수 작업을 오래 다뤄온 사람의 시선에서, 실리콘 재시공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차분하게 설명드리기 위한 정보성 글입니다. 과장이나 홍보 없이,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실리콘 재시공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많은 분들께서 실리콘을 일종의 만능 재료처럼 생각하십니다. 틈이 보이면 실리콘을 채우고, 물이 새면 다시 덧바르면 된다고 여기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틈만 막으면 물은 안 새는 거 아닌가요?”
이 질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실리콘은 방수 보조재에 가깝습니다. 타일, 창호, 배수구, 욕실 코너, 싱크대 상판, 세면대 주변 등에서 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구조 자체에서 발생하는 수압, 균열, 노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재료는 아닙니다.
실리콘만 다시 쏘아도 되는 경우
표면 노후가 원인일 때
실리콘 재시공이 효과를 보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상황입니다.
- 기존 실리콘이 딱딱하게 굳어 갈라진 경우
- 곰팡이와 오염으로 밀착력이 떨어진 경우
- 처음 시공 시 마감이 고르지 않았던 경우
이처럼 누수의 원인이 표면 실리콘의 노후나 탈락으로 한정된 상황이라면, 기존 실리콘을 완전히 제거한 뒤 다시 충진하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물 유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덧바르기”가 아니라 완전 제거 후 재시공라는 부분입니다.
실리콘 재시공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
구조 내부에서 물이 움직일 때
문제는 누수의 원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때입니다.
- 방수층 손상
- 배관 연결부 틈
- 슬라브 미세 균열
- 외벽 크랙
- 창호 프레임 내부 유입
이런 상황에서는 실리콘을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물의 이동을 막기 어렵습니다. 물은 항상 가장 약한 경로를 찾아 흐르기 때문입니다. 겉을 막아도 내부에서 돌아 들어오는 경우가 잦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자주 보게 됩니다.
겉면은 멀쩡한데 천장 안쪽에서 물자국이 번지거나, 벽지 안쪽에서 습기가 차오르는 경우입니다.
덧바른 실리콘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이유
내부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할 때
기존 실리콘 위에 다시 실리콘을 올리면, 접착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표면만 붙어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 사이로 들어간 수분은 빠져나갈 통로를 잃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 내부 목재 부식
- 철물 녹 발생
- 곰팡이 번식
- 악취
- 마감재 들뜸
눈에 보이지 않는 손상이 쌓이다가, 어느 날 더 큰 누수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리콘 재시공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
누수 위치가 정확한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이 떨어지는 지점과 물이 들어오는 지점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위층 욕실 문제인데 아래층 베란다에서 물이 보이는 식입니다.
물 사용 시점과의 연관성
- 비 오는 날만 발생하는지
- 샤워 후에만 나타나는지
- 세탁기 사용 후에 생기는지
이런 정보가 쌓여야 원인을 좁힐 수 있습니다.
기존 실리콘 상태
실리콘이 단순히 변색된 것인지, 틈이 벌어진 것인지, 아니면 구조물이 움직이며 벌어진 것인지도 구분이 필요합니다.
욕실과 베란다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
욕실
욕실은 항상 수분에 노출됩니다. 바닥 타일 아래 방수층이 핵심입니다. 줄눈이나 코너 실리콘만 손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베란다
베란다는 외부 환경 영향을 받습니다. 온도 변화, 자외선, 비바람으로 마감재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긴 틈을 실리콘만으로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실리콘은 언제까지나 임시 수단일 수 있습니다
실리콘 재시공은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누수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실리콘만 사용하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을 모두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막으면 되는 게 아니라, 왜 새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 말은 현장에서 늘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
전문가 시선에서 드리는 현실적인 조언
- 기존 실리콘 위에 덧바르는 방식은 피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 재시공이 필요하다면 제거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물의 이동 경로를 먼저 추적하셔야 합니다
- 구조적인 문제 가능성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누수는 눈에 보이는 증상보다 원인이 더 중요합니다. 실리콘은 그 원인 중 일부에만 대응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정리하며 드리고 싶은 말씀
실리콘만 다시 쏘면 해결될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잠깐 괜찮아 보이다가 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때는 표면이 아닌 내부를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이 글이 누수 문제를 바라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급하게 판단하시기보다는, 한 번 더 원인을 살펴보시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편안한 선택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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